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감옥의 흔적

스페인의 톨레도, 십자가 성요한이 ‘어둔 밤’을 집필했던 감옥

톨레도에 온 이유가 이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십자가 성요한이라는 16세기의 가톨릭 명상가의 감옥이다. 이분이 집필한 ‘어둔 밤’과 ‘가르멜의 산길’은 가톨릭 수도자들에게는 대표적인 영성 교과서이다. 성당에 부속된 이 감옥에서 ‘어둔 밤’이라는 시를 썼다고 한다. 톨레도라는 관광 명소에 성지순례하는 가톨릭 신자들 조차 이곳은 잘 찾지 않는 듯 하다. 다만, 이분이 남겨놓은 ‘어둔 밤’ 시 첫구절과 감옥의 창살을 땜방한 흔적만 남아있다. 영성에 무관심한 우리도 감옥에 갖혀있다. 돈과 명예가 꼬시면서 채워주는 그런데 언제나 헛헛한 달달한 환상을 쫒는 사회적 육신적 관계의 감옥,

이곳을 찾기위해 톨레도 외곽의 강변, 둘레길을 걸으면서 톨레도를 조망하는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어둔 밤 시(최민순 신부/역)를 그대로 남겨 놓는다.

1

어두캄캄 한 밤중에

사랑에 타 할딱이며

좋을시고 아슬아슬

알 이 없이 나왔노라

내 집은 다 고요해지고

2

변장한 몸, 어둠 속을

비밀 층대로 든든하이

좋을시고 행운이여

어둠 속을 꼭꼭 숨어

내 집은 다 고요해지고

3

상서로운 야밤중에

날 볼 이 없는 은밀한 속에

빛도 없이 길잡이 없이

나도 아무 것 못 보았노라

마음 속 타는 불빛 밖엔

4

한낮 빛보다 더 탄탄히

그 빛이 날 인도했어라

내 가장 아는 그분이

날 기다리시는 그 곳으로

누구도 보이지 않는 바루 그 곳으로

5

오! 밤이여, 길잡이여

새벽도곤 한결 좋은 오! 밤이여

굄 하는 이와 굄 받는 이를

– 괴는 이로 몸 바꿔진 괴이는 몸을-

한데 아우른 아하! 밤이여

6

꽃스런 내 가슴 다만지

그분 위해 지켜온 그 안에

거기 내 님이 잠자실 때

나는 그를 고여 드리고

잦나무도 부채런 듯 바람을 일고

7

성머리에서 불어오는 바람

난 그 머리채를 흩어 드리고

님은 은근한 손으로

자리게 내 목을 껴주시니

일체 나의 감각은 아련히 갈앉았어라

8

하릴 없이 나를 잊고

님께로 얼굴을 기대이니

온갖 것 멎고 나도 몰라라

백합화 떨기진 속에

내 시름 던져 잊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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